테슬라 모델3, 50일 운행기

테슬라 모델3 신차를 11월 23일에 받아 1달 반동안 약 2,000km 정도를 달렸다. 내가 지금까지 탔던 차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이기에, 테슬라 모델 3를 리뷰해봤다 :)

1. 테슬라, 주문에서 수령까지

테슬라라는 회사를 알게 된건 2014년쯤이었다. 2012년 모델S가 출시된 이후 실리콘밸리 명사들이 앞다투어 이 차를 구매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알게되었다. 2015년에는 테슬라의 팬인 광고 감독이 자발적으로 만든 테슬라 광고 영상을 접하고 페이스북에 공유했었는데, 팬들이 이런 엄청난 퀄리티의 광고 영상을 스스로 만들 정도로 팬덤이 강한 브랜드라면 정말 최고의 차일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4월, 테슬라에서 보급형 세단 모델3의 글로벌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하자 바로 예약을 했다.

(2016년 4월 테슬라 모델3 예약 완료 스크린샷)

이때 테슬라 코리아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한국어 공지같은 것도 없었지만, 나같은 사람들 수천명이 한국에서 사전 예약을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테슬라는 보급형 차량을 대량생산해본 적이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는데 계속 차질을 빚었고, 2017년 미국 출시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 8월이 되어서야 국내에서 정식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같이 예약했던 주위 지인들은 상당수가 포기..).난 모델3를 기다리며 우선 모델S 시승도 해봤고, 매장에 전시된 모델3도 봤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바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 11월에 국내 인도를 시작했으며, 첫 500명 인도자 중에 내가 포함된 걸로 보이고, 아마도 2016년 예약 순서도 매우 빨랐고 옵션 선택도 가장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롱레인지+화이트 컬러+블랙 시트) 빨리 받을 수 있었던 것같다.

주문 후 수령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영업사원이 따로 없다보니 테슬라 Delivery 담당자가 보낸 공지 이메일을 보고 서류를 준비, 스캔해서 이메일, 등기로 보내는걸 여러번 해야했고, 테슬라 오너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상당수의 정보를 내 스스로 찾아 해결해야 했다. 인도 과정에서 테슬라 코리아는 미숙한 업무 처리와 불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전화 통화의 어려움으로 카페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모델3가 보급형이라도 최소 3,900만원, 최대 7천만원 정도까지 하는 차인데도 ‘싫으면 사지말던가’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나 역시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한 달에 50대 이내의 차를 팔던 테슬라 코리아가 갑자기 한 달에 1000대 이상을 팔게 되었는데 본사에서 정직원을 늘려주진 않았을 거고, 아르바이트생들 뽑아서 힘겹게 업무를 쳐내는 상황일 것이라는게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 직원 입장에서 상상이 되어 꾹 참았다. 다만 스스로 모든걸 해결해야 하는 게 익숙치 않은 분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구매 자체가 너무나 힘든 차일 것이다.

마침내 차량 수령일이 다가왔다. 이미 차량을 받으신 분들 중 상당수가 단차 문제 등으로 테슬라 코리아에 컴플레인을 하는걸 카페에서 봤고, 혼자서는 차량 검수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어 테슬라 전문 틴팅 업체에서 차를 받고 같이 검수를 했다. 다행히 내 차에 단차 문제는 없었는데 소소하게 수리가 필요한 부분들 (도어 하단에 마감이 잘못되어 가죽이 튀어나와있는 등 — ;)이 있어 나중에 A/S 요청을 했다.

2. 주행 성능

카페에서 다들 구매 전에는 엄청나게 욕을 하다가도 막상 핸들을 잡으면 다 용서가 되는게 테슬라라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먼저 가속 성능이 엄청난데, 내가 산 롱레인지 (주행거리 500km, 사륜구동) 모델의 제로백 (0km ->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미국 매체들의 실험에 따르면 무려 3.9초이고, 퍼포먼스 모델은 3.2초다. 3.9초면 거의 포르쉐 수준의 제로백인데, 전기차의 특성 상 엔진에서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고 바퀴로 전달하는 중간 과정이 없이 전기모터가 바퀴 4개를 바로 굴리기때문에 이게 가능하다. 유튜브에 찾아보면 아래처럼 테슬라 모델3와 BMW M3 등의 스포츠카들의 성능을 비교하는 영상이 많이 있다.

기존에 타던 차들도 가속 성능이 좋은 편에 속했으나, 연비가 나빠진다는 걱정때문에 급가속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테슬라 역시 급가속을 하면 전비(전기 연비)가 떨어지긴 하지만 경유차만큼의 큰 차이는 나지 않기에 신호 바뀌었을 때 맨 앞에서 튀어나가기, 차선 변경하고 휙 앞질러가기 등의 급가속 신공을 자주 쓰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했을 때 옆에 탄 사람들의 머리가 뒤로 휙 밀려나며 깜짝 놀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자동차 전문 유튜버 한 분은 “포르쉐, 람보르기니 이런게 엄청난 속도로 뒤에서 따라오면 일단 부아앙~~ 하는 엄청난 배기음때문에 멀리서도 알 수 있다. 근데 테슬라는 아무 소리없이 확 치고오기 때문에 다른 차들 입장에선 전혀 예측을 못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한다”고 말씀하신걸 봤는데 정말 동감한다.

3. 오토파일럿

테슬라가 다른 전기차들 대비 압도적인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단연 ‘오토파일럿’일 것이다. 물론 ‘오토’라는 단어 자체가 완전 자율 주행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긴 하나, 마케터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정말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영상에 보시다시피, 오토파일럿 기능을 실행하면 테슬라가 알아서 차선유지, 속도 변경 등을 알아서 한다!

일반도로에서도 켤 수는 있지만, 아직은 안전을 위해 고속도로나 올림픽대로 등에서만 켜길 추천하며, 한 30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거나 핸들을 너무 약하게 잡고있으면 핸들을 흔들어보라는 경고 메시지가 뜨고, 그래도 손을 대지 않으면 강한 경고음이 울리며 오토파일럿이 해제된다. 오토파일럿은 어디까지나 운전을 보조해주는 기능이지, 운전을 완전히 맡겨버리면 안 된다는 거다. 차 간 거리도 1,2,3단계 등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문제는 1단계(가장 가까움)로 설정해도, 올림픽대로에서 앞차 뒤에 바짝 붙어야하는 우리나라 환경에선 너무 멀어서 계속 차들이 끼어드는건 감수해야한다.

테슬라의 특징은 아이폰처럼 기능 업데이트가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와이파이 (테더링) 연결로 업데이트를 다운받으면 차의 기능이 개선되거나 추가된다. 아직 써보진 못했지만 최근 Navigate on Autopilot이라고 하는,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느리면 스스로 알아서 추월하고,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탈때 알아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4. 편의 기능

모델3를 타면 일단 중앙에 부착된 15인치 태블릿(?)에 압도되고, 반면에 운전석 계기판도 없고 센터페시아에 조작 버튼이 하나도 없다는데 놀라게 된다. 테슬라는 바퀴달린 컴퓨터에 가깝고, 그래서 화면을 통해 모든 걸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재밌는 기능은 주차 상태에서 태블릿으로 유튜브/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건데, 이 역시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설치되었다. 충전할 때 넷플릭스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족스런 기능이다.

그리고 가장 편한 건 모바일앱이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차키가 없어도 문을 열고 운전을 할 수 있는건 물론, 원격으로 현재 충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차 에어컨/히터를 미리 켜두고, 공간이 좁은 주차장에서는 ‘호출’ 기능으로 차를 앞으로 뺄 수 있으며, 내가 있는 위치로 테슬라를 원격으로 호출하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5. 충전

주위에서 가장 많이하는 질문이 “충전은 어디서 어떻게 해?” 이다. 테슬라가 타 전기차 대비 갖는 강점은 자체 구축한 ‘슈퍼 차져’ 시설이고, 언젠가 유료화가 되겠지만 아직 국내에선 모든 슈퍼 차져에서 무료 충전을 제공한다.

그래서 테슬라를 이용하게 되면, 어느 지역을 가던 그 지역에 슈퍼 차져가 있는지 미리 검색해보고, 슈퍼 차져에 들러서 충전을 하면서 그 근처에서 식사를 하거나 일을 보는 동선을 짜는게 이제 일상이 되었다. 테슬라 슈퍼 차져 설치는 건물주 입장에서 신규 고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될거라는 확신이 든다.

(사진: 인천 송도의 한 복합쇼핑몰 내 슈퍼차져에서 충전하는 내 모델3

다만 전기차를 맘편하게 운영하려면 집이나 회사에 꼭 충전 시설이 있어야 하고, 다행히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얼마 안되어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있지만 집에서 충전이 어려우신 분들은 구매 전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지 꼭 알아보시기 바란다. ‘파워큐브’나 ‘이볼트’같은 이동식 충전기 구매도 좋은 대안이다.

6. 문제점: 대외 커뮤니케이션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테슬라는 신경쓸게 많지만 내가 지금까지 탔던 차들과는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차다. 하지만 내연기관 차를 만들던 회사가 아니라서 혁신이 가능했다는 테슬라의 장점은, 자동차 제조 및 고객 서비스 경험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테슬라 코리아의 대 고객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문제가 많다.

차 주문 후 대기 과정에서 원래 지급하겠다고 했던 충전기 어댑터 지급을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취소하거나 (차값에서 깎아주긴 함) 차량 인도 순서 결정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주문자들에게 욕을 먹은건 운영 미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모델S 로너카 (임시 대여 차량)의 앞바퀴가 빠져버린 이슈 대응은 최악이었다.

이 이슈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 영상을 보시면 되고, 간략히 소개하면 테슬라 모델X롤 보유한 오너가 차량 문제로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시키고 받은 로너카의 앞바퀴가 갑자기 빠져버리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오너가 주차장에서 출차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도로 주행 중에 그랬다면 사망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근데 사고가 주말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오너는 테슬라 코리아 측에서 당일에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고, 테슬라 코리아는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며칠 후에 심지어 그 차를 고쳐서 다른 오너에게 다시 로너카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고객센터에서는 그 사고차를 다시 로너로 지급한 일은 절대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한다. (출처)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터라 테슬라 오너 카페에서는 공식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나 역시 직접 피해를 입은건 아니지만 이건 그대로 지나가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유저들과 적극 소통한다고 알려진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에 아래와 같이 트윗을 보냈다. 혹시 일론 머스크에게 직접 답을 받게 되면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겠다.

7. 결론

차를 정말 좋아하고, 새로운 기능을 써보기위해 다소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고, 어딜 가든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편이고, 전기차 충전 환경을 갖추신 분이라면 테슬라 구입을 추천드린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동차의 미래를 경험해볼 수 있다 (구매하실 분은 이 링크를 통해서 하시면 11만원 어치 크레딧을 받으실수 있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분들에게는 아직 테슬라 구입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광고비를 1원도 쓰지 않고도 엄청나게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선호도를 달성한 전세계 유일의 자동차 브랜드라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다만 최근 이슈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미숙으로 잘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 점이 아쉽고,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제대로 대응해서 다시 오너들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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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Vice President@LG Display I Ex-Amazon, Google, Riot Games I Marketing, Tech, 글쓰기, 기업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맨 I https://www.linkedin.com/in/justinmk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