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아마존처럼 일하기 2 — 오너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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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에 올렸던 글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블로그로 옮깁니다)

‘이런 내용도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공유했던 1편 “보고와 회의” 에 800명에 가까운 많은 분들이 Like를 눌러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내용은 아마존을 포함, 미국 테크 기업들에서 각 개인이 명확한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방식을 도입한 건입니다.

(Source:https://www.toppr.com/guides/legal-aptitude/jurisprudence/difference-between-possessions-and-ownership/)

제가 제일기획에 입사했던 2004년의 풍경은 이러했습니다. 가장 일을 많이 하는건 대리입니다. 4~5년 정도의 경험을 통해 실무를 꿰뚫고 있어서 밑의 사원들에게 쉬운 업무를 맡기고, 본인은 난이도있는 업무를 하죠. 그렇게 대리 2명/사원 2명을 이끄는 차장이 있는데, 차장은 직접 일을 하기보다는 광고주를 만나서 브리프를 받고, 제작팀/매체팀 등에 전화해서 업무를 부탁/독려하고, 실적을 챙기는 등 관리 업무를 주로 합니다. 이렇게 ‘다같이’ 일을 하는 문화의 장점은 팀워크가 강해지고 리더십 경험을 일찍부터 쌓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내 일’이 아니라 ‘팀의 일’이기 때문에 Free rider가 생기기 쉬워 특히 주니어들의 모티베이션이 약해지고, 개개인의 성과를 나누기 어려우며, 사수의 역량에 따라 신입사원의 역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반면 구글/아마존에서는 한 팀이 보통 7~8명 정도로 구성되고 팀원들은 연차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Individual Contributor(IC)입니다. 신입사원이나 인턴이라면 선배들의 코칭을 받긴 하지만 그들 역시 독립적인 업무를 받아 수행하며, 중간에서 관리만 하는 과/차장은 없습니다. 고객사가 대기업이거나 업무 난이도가 높다면, 10년 차 이상의 시니어들로 주로 팀을 구성하고 그들이 모두 IC로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문화의 장점은 각 IC들이 ‘나만의 프로젝트 / 나만의 고객’을 담당하기 때문에 주니어때부터 굉장한 모티베이션을 갖고 일을 하게 되며 Free Rider가 사라져 인당 생산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한 편 팀장이 7~8명 정도의 팀원 모두를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팀장의 코칭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큽니다.

단점은 다른 팀원을 도와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팀워크가 약해지는 것이죠. 인사 제도의 차이도 원인인데, 미국 기업들은 ‘신입 공채’가 없고 특히 한국 지사에서는 headcount를 늘리는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에 기반하여 저는 구글/아마존에서 주니어는 물론 인턴들에게도 독립적인 업무를 주고 주도적으로 진행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드렸었습니다.

LG에 입사해서 보니, 전체적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일하시지만 일부 프로젝트에서 제일기획 시절의 데자뷰가 떠올랐습니다. 2~3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나누어서 하는데, 실제 일하는 사람은 1명인 것같고, 업무의 오너십과 R&R이 불명확하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입사 8개월 동안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업무의 효율성과 수평적인 문화 조성에 집중한 뒤, 연말 조직 개편을 하면서 선임(대리)~책임(과/차장)급 직원분들이 각각 담당하는 업무 분야를 명확히 나누고, 그 분야 내에서는 각자가 책임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업무 방식을 바꿨습니다 (전시기획 등 프로젝트의 Scope이 넓어 여러 명이 같이 해야하는 경우 제외). 신입사원들도 처음 6개월 정도는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서포트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업무와 프로젝트의 오너십을 주고 혼자 알아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원은 줄었지만 기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건 직원분들이 ‘이 건 내 업무, 내 프로젝트다’라는 명확한 오너십이 생기면서 motivation이 굉장히 높아지고, 혼자 집중해서 하면 되므로 업무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 초반 선임부터 50대 초반 고참 책임까지 모두가 프로젝트 오너가 되었고, 특히 신입사원들의 경우 ‘제 동기 중에 본인만의 업무가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다른 동기들은 대부분 선배 서포트 업무를 아직 하고 있어요’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은 대퇴사/대이직의 시대에, 2년동안 제 조직에서 은퇴하신 1분을 제외하면 이직/퇴사자가 한 분도 없었다는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부작용은 각자 자기일만 하다보니 팀 내 협업이 줄어들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저와 팀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팀원들의 업무 상황을 보며, 서로 협업을 해야할 부분을 발견하면 연결해주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도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결해드린 것이죠. 그리고 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3편 “서술형 에세이로 PPT 대체하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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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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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Vice President@LG Display I Ex-Amazon, Google, Riot Games I Marketing, Tech, 글쓰기, 기업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맨 I https://www.linkedin.com/in/justinmk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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