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아마존처럼 일하기 4 — 채용의 중요성
(이전글 보기: 1편 ‘보고와 회의’ / 2편 ‘오너십 강화’ / 3편 서술형 에세이로 PPT 대체하기’)
제게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배운게 뭐에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저는 채용의 중요성과 면접 skill이라고 말합니다. 아마존의 리더들은 채용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채용을 인사팀에 맡겨두지 않고 리더들이 직접 나섭니다. 특히 제가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에 조인했을때는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위 ‘맨땅에 헤딩’으로 팀을 셋팅하기 위해 많은 경력직을 외부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다른 팀의 면접에도 같이 참여하면서 4년 동안 50번 이상의 면접을 보았습니다. 정식 면접 이전의 사전 인터뷰까지 합치면 100번 이상은 본 것같고, 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경험하면서 제가 아마존에서 배운 채용의 노하우와, 대기업에 적용해본 경험을 공유합니다.
1.채용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
리더는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팀원들에게 명확한 전략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뛰어난 업무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리더 혼자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서 (내부 이동 포함) 그 분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육성해주는게 더 중요합니다.
아마존은 굉장히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리더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하면 강한 challenge를 받습니다. 외부에서 새로 온 리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채용이 늦어지면 그 리더는 그 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리더는 채용팀에게 본인이 원하는 인재의 조건을 전달하고 후보자 탐색을 push하는건 기본이고, 본인이 전 회사에서 일했던 믿을만한 동료/후배들을 데려오거나, 본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믿을만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전력 투구하게 됩니다. 문제는, 우수한 인재들은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인재들을 찾아가서 회사와 제안하는 포지션을 셀링하고, 적극적으로 영입을 하러 다녔습니다. 그 중 제 인맥으로는 괜찮은 후보를 찾기 어려웠던 특정 포지션의 경우, 링크드인에서 제가 원하는 프로필을 가진 인재를 찾아서 cold email을 보내서 만나고, 영입에 성공하기도 했죠. 그 친구는 지금도 아마존에서 인정받으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2.채용은 기술과 회사와의 culture fit 검증이 모두 중요
많은 회사와 리더들이 경력직 채용 시, 후보자의 기술과 역량, 경험만을 평가하는 실수를 합니다. 그건 기본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건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 지향점에 맞는 인재인지, culture fit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구글에서도 4가지 평가 기준이 있었지만, 아마존은 그 어떤 회사보다도 Culture fit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아마존의 Leadership Principle (LP)는 워낙 유명하기에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마존의 모든 업무 영역에 LP가 적용되며, LP에 부합하는 인재인지가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에 채용 페이지에도 공지되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특정 포지션을 채용하기로 결정하면, 채용팀장은 그 포지션에 중요한 LP를 선정합니다. 저는 마케팅 매니저를 채용할 때 주로 ‘Customer Obsession’, ‘Ownership’, ‘Learn and be curious’ 등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팀의 팀장들 위주로 면접관 3~4명을 선정하며, 팀장급을 채용할 경우 뒤에서 설명할 bar raiser를 포함, 5~6명 정도의 레벨이 높은 면접관을 선정하고, 각 면접관별로 평가할 LP를 지정해줍니다. 그리고 팀장과 인사팀이 다양한 후보자들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 포지션에 필요한 기술/역량/경험을 갖춘 사람인지 검증한 뒤에, 정식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경력직을 채용 시, 1차 / 2차 각각 1시간 정도의 면접으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후보자의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시간, 길면 7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보며, 각 면접관이 1:1로 1시간씩 면접을 봅니다. 면접관들에게는 각 LP를 검증하기 위한 질문 리스트가 제공됩니다. 그 질문을 토대로 본인이 검증해야할 LP를 후보자가 갖추었는지 1시간 동안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예를 들어 ‘Customer Obsession’을 평가하기 위해 ‘고객의 굉장히 어려운 요구를 대응해야 했던 경우,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결과가 있었으며, 어떻게 남들과 다른 방식을 취했는지 과거 경험과 사례를 공유해달라’고 합니다. 후보자분들은 준비해온 사례를 말씀해주시죠. 그러면 아마존 면접관들은 그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듭니다. 그렇게 대응해야겠다고 결정한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팀장의 역할과 당신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었는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3.집단 지성으로 높은 채용 기준을 유지
이렇게 빡센 면접이 끝이 아닙니다. 면접관들은 결과를 상세하게 작성하여 시스템에 올리고, 채용/탈락에 대한 의견을 제출합니다. 담합을 막기 위해, 면접관들 간의 사전 결과 공유는 금지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결과를 작성한뒤 Debriefing 회의가 열리고, 다른 면접관들이 작성한 피드백을 읽고 토론합니다. 채용 or 탈락에 대해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죠. 판단이 애매할 때는 “이 분이 동일한 level의 기존 직원들의 평균 대비 뛰어나서, 조직의 전체 역량을 향상시킬 지원자인가?“ 라는 질문을 하고, 최종 결정은 채용 팀장이 내립니다.
그리고 보통 10년 차 이상부터는 ‘Bar raiser’가 면접에 참여합니다. ‘Bar raiser’는 아마존에만 있는 독특한 역할로 ’Bar’는 기준을 의미하므로 채용의 기준을 높이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Bar raiser는 아마존에 오래 근무하며 많은 면접 경험을 쌓은 senior들로, 그들은 채용 팀장이 업무의 시급성때문에 기준을 타협하며 역량이 낮은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빡센 채용 과정때문에 아마존에서 신규 채용건이 있을 때 한 번의 면접으로 바로 채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보통 몇 달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특히 LP에 부합되는 인재를 채용함으로서, 역량은 갖추었으나 조직 문화에 맞지않거나, 팀의 사기를 저해하는 사람이 채용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4.대기업에서 아마존의 채용 프로세스 적용하기
대기업은 경력보다는 신입 공채로 입사한 분들의 비중이 높고, 그 인력들을 육성하는게 메인입니다. 신입 공채 시스템의 장점도 굉장히 많고, 공채로 들어온 인력들의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인사팀 주도의 공채 채용이 일반적이다보니 조직 전체적으로 경력직 채용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채용이 리더의 중요한 임무라기보다는, 인사팀이 해야 할 일이고 현업에서는 경력직/신입사원을 면접할 때만 잠깐 참여하면 되는 업무라는 인식이 있는 것같았습니다.
제가 입사한 첫 해에는 조직 내 공채 인력들만으로는 cover가 어려운 디지털 마케팅 / 전시기획 분야의 경력 사원 채용건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JD의 구체화였습니다. 디지털 마케팅도 분야가 굉장히 넓은데, 기존의 JD는 다소 broad하고 자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웹사이트 운영 / 이커머스 등 우리가 채용하는 분야에 맞게 JD를 구체화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인재를 찾아 나섰습니다. 팀장급으로 추천받은 분을 주말에 만나서 채용 배경과 업무 성격 등을 상세히 말씀드리고 지원 의사를 여쭤본뒤 정식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고, 제 전 직장 동료 중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저녁에 따로 만나서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 중 일부는 제 제안을 받아들이고 입사하셔서, 본인만의 전문성으로 회사에 큰 기여를 하고 계십니다.
면접 과정에서도 아마존만큼 빡세게 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를 개선했습니다. 먼저 경력 검증을 위한 질문과 아마존 LP처럼 후보자의 잠재적인 역량/culture fit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들을 준비하고, 면접에 참여할 팀장님들께 사전에 공유해서 역할을 나누고 비슷한 내용을 중복 질문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후보자분들의 각오보다는 경험과 실제 사례를 많이 여쭙고, 그 사례들을 계속 파고 들면서 후보자분의 논리적인 사고 능력, 의사 결정 프로세스, 협업 역량 등을 검증하는 노력 끝에 까다롭게 인재들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채용만큼 중요한 건 그분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업무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팀의 업무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입사 전에 제안했던 업무와 일치하는 업무의 부여, 그리고 정기적인 1:1 미팅을 통한 조직 적응 시의 어려움 파악 및 해결책 제안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제가 입사 후 2년동안 채용한 경력직분들은 중도 이탈하신 분 없이 잘 근무 중이십니다.
인재의 채용과 retention은 굉장히 어렵고, 많은 리더분들의 고민일 겁니다.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